서민들 희망·쌈짓돈 집어 삼킬 ‘금투세 쓰나미’ 공포감 확산
서민들 희망·쌈짓돈 집어 삼킬 ‘금투세 쓰나미’ 공포감 확산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을 거두며 윤석열정부가 구상 중인 주가 부양 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에서 ‘금융투자세(이하 금투세)’ 시행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탓이다.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금투세가 시행될 경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소위 ‘개미’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개인의 투자금 자체가 이미 소득세를 지불한 자금이라는 점에서 ‘중복과세’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매매수수료라도 아껴보기 위해 증권사 이동을 전전하는 상황에서 어렵게 수익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 자체가 ‘서민의 희망을 앗아가는 잔혹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 야당 총선 승리에 ‘중복과세’ 불안감 커진 서민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기준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과세하는 제도다. 당초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가 2025년으로 2년 유예됐다. 만약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한국은 세계 주요국에서 프랑스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소득세·거래세·양도세 등의 ‘3중 과세’를 하는 국가가 된다.

 

현재 주식투자와 관련해선 이미 증권거래세가 부과되고 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매도 시 발생하는 세금으로 코스피·코스닥 상관없이 거래액의 0.2%가 부과된다. 단순 수치상으로 적은 금액 같아 보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수시로 사고파는 행위를 반복하는 개미들에겐 상당히 부담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 지난달 18일 열린 금투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올해 초 정부는 코리안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적으로 금투세 폐지 내용을 담은 ‘기업 밸류업 정책’ 시행을 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최로로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불과 3개월 만에 뒤바뀌었다. 금투세 폐지가 ‘부자감세’라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국회 주도권을 쥐게 됐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금투세가 증시 하락을 야기해 종국엔 서민의 자산 증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직장인 최현빈 씨(33·남)는 “주식을 매도할 때 거래세를 내는데 금투세를 추가로 또 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불법행위도 아니고, 주식으로 돈 번 게 죄가 아니다”고 역설했다.

 

일부 개인투자들은 직접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오후 4시까지 5만7210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해당 청원은 소관위 심사 대상 기준인 서명인원 5만명을 넘기면서 국회 정무위원회로 회부됐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도 존재한다. 1989년 대만에선 금투세와 비슷한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한 뒤 한 달 동안 주가지수가 40% 가까이 급락해 결국 1년 만에 과세가 철회됐다. 같은 해 금투세에 해당하는 양도소득세를 시행한 일본에서도 닛케이지수가 60% 가량 하락하는 등의 증시 쇼크가 왔다.

 

금투세 시행 시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10여년 간 평균 주식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명에 달한다. 만약 이들 ‘큰 손 개미’들의 매도 행렬이 이어지게 되면 국내 증시 전체의 하락은 불가피해진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큰 표 차이로 이기면서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들의 동력이 크게 약화된 게 사실이다”며 “일찌감치 야당이 금투세 폐지에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기 때문에 정부의 폐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폐지를 외치고 있기 때문에 야당도 무턱대고 시행을 밀어붙이긴 어려워 당분간은 흐지부지한 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수수료 저렴한 증권사에 몰리는 개미들…동학개미 미래에셋, 서학개미 삼성증권

 

금투세 폐지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기존에 없던 모습도 등장하고 있다. 증권사 수수료라도 덜 내기 위해 증권사 이동을 시도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투자 금액이 높아질수록 수수료 금액 역시 커지기 때문에 수수료가 저렴한 증권사를 찾는 게 같은 수익을 냈을 때 실질적인 이윤이 더욱 높다는 계산에서다.

 

르데스크가 주요 증권사 별 국내 주식 수수료 혜택(MTS 기준)을 비교해본 결과에 따르면 신규고객 기준(일부는 휴먼 고객 포함)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5곳의 증권사가 평생 0.0036396%의 우대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만약 신규 가입이나 한동안 주식을 하지 않다가 다시 시작하는 경우라면 90일간 0%의 우대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미래에셋증권이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편이다.

 

미국 주식 투자(MTS 기준)에 있어 가장 수수료 혜택이 많은 곳은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증권은 신규 가입 3개월 간 매수 수수료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다. 3개월 이후에도 온라인 매수·매도 수수료는 평생 0.03%에 불과하다. 주요 12개 증권사 중 최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신규가입 90일 동안은 수수료가 0%지만 이후 9개월간 0.07%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 거래 수수료는 각 증권사별 영업이익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점 아래 포인트 하나하나도 모두 예민한 부분이다”며 “증권사별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수수료 이벤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를 활용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실질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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