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긴 싫고 분위기는 좋고”…깐깐한 그들의 선택 무알콜·저도주
“취하긴 싫고 분위기는 좋고”…깐깐한 그들의 선택 무알콜·저도주

최근 청년들 사이에선 저도주를 넘어 아예 알콜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무알콜 주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과도한 음주를 꺼리고 다양한 맛과 경험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주류업계에서도 청년들의 음주문화에 발맞춰 다양한 도수와 맛, 향의 저도주, 무알콜 음료를 출시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술을 멀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일컬어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 부른다. 소버 큐리어스란 ‘술에 취하지 않은’을 의미하는 소버(Sober)와 '호기심이 강한'을 의미하는 큐리어스(Curious)가 합쳐진 신조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취할 때 까지 마시는 것보단 ‘술’ 자체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난 결과로 보고 있다.

 

▲ 편의점에서도 무알콜 맥주를 예전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무알콜 주류의 모습. ⓒ르데스크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12년 13억원, 2014년 81억원에서 지난 2020년 150억원, 2021년에는 200억원으로 약 247% 규모로 성장했다. 주류업계에서는 국내 무알콜 시장이 2025년에는 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평소 즐겨마시던 라거 맥주 판매량 규모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2022년부터 반등하는 추세로 2023년에는 211100만 리터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무알콜·저알콜 맥주 판매량은 5년 새 4배 가까이 뛰었다. 무알콜·저알콜 맥주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 연속 600만 리터에 머물렀지만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발발한 2020년부터 판매량이 늘어났다. 2020년에는 900만 리터, 20211600만 리터, 20222200만 리터로 빠르게 증가했고, 2023년 판매량은 2300만 리터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도주·무알콜 주류의 인기가 높아진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먼저 과도한 음주 대신 혼술·홈술 또는 소규모 음주 자리를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음주 문화가 ‘취하기 위한’에서 ‘즐기기 위한’으로 옮겨지면서 취하기 쉬운 소주 같은 술보다는 무알콜 맥주, 하이볼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도 저도주·무알콜 주류의 인기를 거들었다. 무알콜 맥주부터 와인, 칵테일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는 데다 알코올 도수가 1% 미만인 경우 온라인에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다양한 맛과 경험을 추구하는 청년들의 소비 트렌드에도 부합했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과도한 음주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게 저도주와 무알콜 주류의 인기를 견인했다. 과거에는 이른 저녁부터 새벽까지 만취가 될 때까지 술을 마셨지만 최근엔 이러한 음주문화가 줄어드는 추세다.

 

대학생 김경민 씨(24‧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모여 취할 때까지 술을 마셨는데, 최근엔 커피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술을 찾게되는 것 같다”며 “소주와 같은 독주보단 취향에 따라 하이볼이나 무알콜 맥주 등을 선호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 대학생들은 과거와 달라진 음주 문화로 술 자체를 취하기 위해서 마시기보다 함께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는 것으로 바뀐 것 같다고 얘기한다. ⓒ르데스크

 

대학원생 양유정 씨(27‧여)와 이민희 씨(27‧여)는 “과거보다 의미 없는 술자리의 수가 줄다보니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는 빈도도 줄었다”며 “교수님과 식사 자리에서도 학부 연구생일 때는 먼저 술을 권하고 마시자 분위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교수님도 학생의 주량, 주종 등을 존중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무알콜 맥주는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젊은 여성 직장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직장인 최다연 씨(28‧여)는 퇴근 후 OTT를 보면서 술 한 잔하는 게 최근 삶의 낙이라고 했다. 무알콜 맥주는 기분 내기도 좋고, 칼로리도 낮다보니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씨는 “분위기는 즐기고 싶은데 취하고 싶지 않을 때 무알콜 맥주를 찾게 된다”며 “최근에는 식당에서도 무알콜 주류를 많이 팔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술을 멀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청년들 음주 트렌드가 취하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코로나 19를 겪으며 그 시기에 술을 마시던 청년들의 음주 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문화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주종도 함께 바뀐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홈술‧혼술 등 집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마시는 걸 최근 많은 청년들이 선호하고 있고, 취하지는 않으면서 분위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선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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