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에서 판매 중인 인기 먹거리 ‘애플망고빙수’ 가격이 10만원을 넘어섰다. 시중에서 판매 중인 빙수 메뉴 가격이 1만원 전후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 소위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직장인들 사이에선 전혀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와 주목된다. 오히려 “호텔 분위기와 서비스까지 고려하면 적당한 가격이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최근 유행하는 ‘스몰 럭셔리 열풍’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소비력 강한 MZ 직장인 ‘가성비’ 보단 ‘가심비’…“10만원 망고빙수 왠지 특별해 보여”

19일 호텔신라에 따르면 서울 신라호텔은 다음주부터 10만2000원에 애플망고빙수를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해 9만8000원보다 4000원 오른 가격이다. 신라호텔은 애플망고빙수 가격을 해마다 올렸다. 그 결과 2021년 6만4000원이었던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2022년 8만3000원, 지난해 9만8000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그럼에도 애플망고빙수를 판매하는 신라호텔 더 라이브러리는 언제나 손님으로 가득하다. 일부 ‘밥 보다 비싼’ 가격을 못 마땅해 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주말에는 기본 대기 시간이 2시간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사전 예약도 불가능해 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현장 대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2시간여 가량 기다리며 애플망고빙수를 사 먹는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20·30세대다. 스스로 돈을 버는 청년 직장인들이 특히 많다. 청년 직장인 중 상당수는 결혼이나 출산 전인데다 부모세대 역시 여전히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타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취미나 여가생활 등에 있어 소비력 또한 상당하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20·30 직장인들이 애플망고빙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최근 유행하는 ‘스몰 럭셔리’ 소비 트렌드와 관련 깊어 보인다. ‘스몰 럭셔리’는 ‘스몰(Small)’과 ‘력셔리(Luxury)’의 합성어로 단어 의미 그대로 ‘작은 사치’을 의미한다. 기성세대에 비해 수입이 적어 명품이나 자동차, 부동산 등을 구매할 수 없다 보니 화장품, 먹거리 등 비교적 저렴한 품목에서 가장 값비싼 제품을 구매하며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스몰 럭셔리’ 열풍은 SNS 덕분에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청년세대는 자신의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나름의 만족감을 느끼고 또 주변의 호응을 통해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신라호텔망고빙수’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관련 게시물이 무려 1만개가 넘게 검색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직장인 최호준 씨(29·남)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가성비 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따지게 됐다”며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가 저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호텔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대접받는 기분, 기념사진까지 생각한다면 기념일에 여자친구와 가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수십만원인 신라호텔 방을 이용하진 못하지만 라운지에서 애플망고빙수를 사먹으며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고물가 속 MZ세대를 중심으로 작은 사치를 통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스몰 럭셔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MZ세대는 자기 만족과 더불어 남에게 과시하려는 심리도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스몰 럭셔리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