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원 광고에 갈증 느낀 기업들 “직접 보고·듣고·느끼세요”
1차원 광고에 갈증 느낀 기업들 “직접 보고·듣고·느끼세요”

공간을 통해 기업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스페이스덴티티’(Spacedentity)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스페이스덴티티는 공간을 의미하는 space와 정체성을 의미하는 identity가 합쳐진 단어다. 기업이 추구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시각화해 이를 통해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최근 경험을 중요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스페이스덴티티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기업이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공간에 대한 경험을 충족시켜주는 게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보다 브랜드의 가치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라이브러리 들어 가보고 싶어서 현대카드 발급 고려”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와 아트 라이브러리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문화생활들을 위주로 현대카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는 LP(바이닐) 청음 체험 공간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민주 씨(27‧여)는 “이 공간 자체는 현대카드와 전혀 상관이 없는 곳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또 “카드사라는 이미지는 다른 브랜드들보다 상대적으로 딱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현대카드는 현대카드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에게 LP, MoMA 전시 도록 등 별도로 마련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이태원에 위치한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를 이용하고 있는 방문객의 모습. ⓒ르데스크

 

이어 이 씨는 “화장실 내부에 벽에 걸려있는 포스터에 현대카드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적혀있는 것을 봤다”며 “이 공간을 현대카드가 제공했다는 점을 이용하면서 계속 느끼지 못 하다가 그 포스터를 보니 ‘현대카드가 제공한 공간이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뮤직 라이브러리 옆에 있는 아트 라이브러리는 뉴욕 MoMA 전시 도록 전권 등 세계적인 북큐레이터들과 함께 엄선한 컨템포러리 아트 희귀 장서 6,000여 권과 초창기 미디어 & 퍼포먼스 아트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1층은 현대카드가 없어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만 2층 아트 라이브러리는 현대 다이브 앱 회원이거나 현대카드 기소유자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직장인 최지성 씨(30‧남)는 “현대카드가 없어서 LP와 아트 라이브러리를 이용하지 못 했다”며 “아트 라이브러리 1층에 LP파는 것만을 구경하기엔 너무 아까워서 다음에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땐 현대카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2층에 올라가보니 현대카드가 소개한대로 뉴욕 MoMA 전시 도록 전권 등 다양한 책들이 있었다. 아트 라이브러리 이름에 맞춰 공간도 잘 구성해둬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긍정적인 효과방문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보인다.

 

김명훈 씨(45세‧남)은 “현대카드를 10년 간 사용했지만 이곳은 처음 방문했다”며 “평소 읽는 책들과 다른 주제의 책들이 가득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입장할 때 현대카드를 사용한 것 이외에는 카드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 현대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공간에서 나갈 때까지 현대카드가 제공한 공간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공간 속 미술관…미의 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형성한 아모레퍼시픽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신본사 1층에 위치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사무공간 안에 미술관을 마련해 외부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특색 있는 전시를 진행함으로써 아모레퍼시픽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입구의 모습. ⓒ르데스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은 지난 2018년 용산에 문을 연 신본사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설립됐다. 앞서 현대카드와는 다르게 사무 공간 내에 이런 공간이 형성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모레퍼시픽과 미술관, 아모레퍼시픽을 단순하게 화장품이라고 생각하면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美)라는 상위 구성 개념과 미술관은 충분히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는 현대미술인 스티븐 해링턴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캘리포니아의 풍경과 문화가 스민 스티븐 해링턴의 작업 세계 총망라한 국내 최초 기획전이다.


직장인 김수현 씨(27‧남)는 “아모레퍼시픽은 여성들을 위한 화장품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했다”며 “뷰티브랜드라면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곳에 와보니까 뷰티브랜드로서의 느낌보다는 하나의 미술관, 하나의 몰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방문객 대학생 서지수 씨(23‧여)는 “재밌어 보이는 전시회를 자주 여는 것 같아서 가끔 들르곤 한다”며 “예전에 아모레퍼시픽하면 아이오페, 헤라 등 화장품만 떠올렸다면 지금은 ‘재밌는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하는 공간‘으로 이미지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 씨는 “사무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건물에 들어갔지만 건물의 첫 인상은 사무공간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며 “미술관도 있고 지하에 푸드코트도 있다 보니까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러 오기에도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커피 마시러 왔다가 로스팅 과정까지 구경할 수 있는 맥심 플랜트


▲ 맥심플랜트 내에서 사용하는 원두를 로스팅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둬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맥심플랜트 내에 있는 로스팅 공간의 모습. ⓒ르데스크

 

이태원에 위치한 맥심 플랜트는 동서식품에서 좋은 커피를 향한 오랜 철학과 전문성을 ‘커피나무 (Coffee Plant)’, ‘공장 (Production Plant)’ 그리고 ‘문화를 심는 공간 (Culture Plant)’이라는 주제로 구현한 곳이다. 


지하 2층에는 맥심 플랜트에서 사용하는 원두를 볶는 로스팅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그 옆에는 커피 바리스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교육을 받으면서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보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 로얄티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였다.


이태연 씨(24세‧여)는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우리가 평소에 이용하고 있는 카페와 별로 다르다고 느끼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근차근 건물을 구경하다보니 커피 로스팅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고 맥심에서 판매하는 물건들도 함께 구경할 수 있어서 신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말처럼 맥심 플랜트는 단순하게 카페로서의 역할만을 하고 있지 않았다. 소비자들 눈에 보이게 로스팅 공간도 마련해뒀고, 평일 중 하루는 커피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처음 목표로 했던 ‘문화를 심는 공간’이라는 브랜드 로얄티도 함께 충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험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기업은 공간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자체의 로열티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공간을 이용하면서 그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기업은 단순하게 물건을 팔아 소비자와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서 미래의 예비 소비자 확보에 대한 기대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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