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쫓겨 해외 나간 K-건설, 수주 릴레이에 실적 청신호
불황 쫓겨 해외 나간 K-건설, 수주 릴레이에 실적 청신호
[사진=open AI]

국내 주택시장 불황에 쫓겨 해외로 눈을 돌린 건설업계가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면서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해외시장 텃밭인 중동에선 산업설비 공사가 한창인 데다 미국의 IRA 영향에 따른 배터리 공장 건설 등이 해외수주 실적을 견인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HD현대중공업, SGC이테크건설, 쌍용건설 등이 해외수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국가별 에너지 안보 및 넷제로 정책의 영향으로 향후 국내 건설사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가스화력발전 연료 확보부터 태양력, 풍력, 원자력 발전 설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규모 원전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국내 건설업계가 올해 해외수주액 400억달러(약 55조8000억원)를 돌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183개사는 1분기 63개국에서 171건의 해외 수주를 따냈다. 해외수주액은 55.2억달러(약 7조5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수치다. 다만 이는 1분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투르크매니스탄, 오만, 아랍에밀레이트 등에서 수주한 사업이 2분기로 이월된 결과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해외수주 실적의 44%가 중동에서 이뤄졌다. 뒤를 이어 북미·태평양(27%), 아시아(19%) 순이다. 중동에서 이뤄진 수주 중 가장 큰 규모는 카타르 알 샤힌 유전 해상플랫폼으로 무려 11.5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밖에 사우디 에틸렌 플랜트(5억달러)와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 UAE 크릭 워터스 주택 등을 수주했다.

 

▲ 해외수주 실적의 44%가 중동에서 이뤄졌다. 뒤를 이어 북미·태평양(27%), 아시아(19%) 순이다. 사진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 [사진=한국전력]

 

북미·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수주실적도 눈에 띤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67%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지역별 수주 비중은 27%로 중동에 이어 2번째로 높다. 미국의 IRA 정책의 영향으로 국내 제조사의 미국 내 공장건설을 수주한 영향이다. 미국 조지아 S-JV 현대차 배터리공장의 수주금액만 12.4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에선 토목 및 산업설비 공사 수주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수주액은 10.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 수준에 그쳤다. 주요 사업으로는 필리핀 ADB 재원 철도공사 증액(1.4억달러), 마닐라 NAIA 공항 PPP사업(3.1억달러), 말레이시아 OCI 화학플랜트(1.6억달러) 등이 포함됐다.

 

유럽에서도 3.4억달러(약 4700억원) 수주액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82.5% 증가한 수치다. KIND 및 LS일렉트릭의 영국 위도우힐 BESS 투자개발형 사업을 수주하면서 1억달러(약 1400억원)의 수주액을 올렸다. 이밖에 헝가리 삼성SDI 공장 증설공사(2000만달러) 등을 수주한 결과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국내 주택시장 불황이 지목된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 위기, 미분양 사태 등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국내 건설사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떠밀리듯 해외로 진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실적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4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건설시장 전망도 밝다. IHS에 따르면 올해 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14.4조 달러(약 2경99조원)로 전망된다. 지난해(13.8조 달러) 대비 4.4% 성장한 수치다. 건설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역시 중동이다. 이스라엘발 전쟁 위험, 미국 대선 등 정치리스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저탄소 기조에 힘입어 석유가스산업의 고도화와 석유화학 업그레이드 등 개발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엔 호재다. 현재 18개국에서 58기의 원자로 건설이 진행 중인데, 30년 이상된 원자로가 전체의 66%를 차지하는 만큼 신규 원전 발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전 및 한수원 주도로 추진되는 해외 원자력 발전사업 수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다.

 

국내 건설사, 대규모 해외수주 사활…대형사부터 중소형사까지 수주 릴레이

 

대형 건설사부터 중소형 건설사에 이르기까지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티앤이앤씨의 경우 국내 제조사의 멕시코 공장 수주에 성공하면서 중소기업으로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수주액 상위 10위 안에 들어갔다. 태인이앤씨는 9900만달러(약 1400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하면서 수주 상위 기업 8위에 이름을 올렸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해외수주 실적을 주도한 건 현대엔지니어링이다. 1분기에만 무려 29억2200만달러(약 4조원)의 수주액을 기록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 중 무려 52.9%에 달하는 규모다. 뒤를 이어 HD현대중공업이 11억4700만달러(약 1조6000억원)로 2위, SGC이테크가 8억51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3위, 인천국공과 쌍용건설이 각각 3억2800만달러(약 4500억원), 2억3500만달러(약 3200억원)로 나란히 4, 5위를 기록했다.

 

해외시장서 건설명가로 불리는 쌍용건설은 해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2건을 수주했다. 두바이 크릭 하버(Dubai Creek Harbour) 지역에서 ‘크릭 워터스(Creek Waters)’ 고급 레지던스 공사를 동시에 2건 수주했다.

 

쌍용건설이 수주한 프로젝트의 발주처는 부르즈 칼리파를 소유한 아랍에미레이트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에마르다. 올해 에마르는 레지던스 빌딩과 호텔, 빌라 등 초대형 개발사업을 지난해 발주 물량 대비 2배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추가 수주를 기대해볼만 하다는 분석이다.

 

1분기 해외수주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지난 3월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파딜리 가스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아직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수주 규모만 조단위에 달한다. 파딜리 프로젝트로 벌어들인 수주액만 삼성E&A는 60억달러(약 8조원), GS건설은 12억2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파악된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네옴시티 터널공사와 파우아뉴기니 LNG 사업 등에 입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LNG 사업에선 이미 지난해 3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정식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공사비만 10억~15억달러(약 1조4000억~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우디의 올해 건설시장은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기가프로젝트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등으로 전년 대비 6.6% 성장한 1477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며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 등이 교통과 재생에너지원 등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만큼 국내 건설사의 추가 신규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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