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철길의 드라마틱 반전…발길 닿는 곳마다 ‘감성자극·여심저격’
버려진 철길의 드라마틱 반전…발길 닿는 곳마다 ‘감성자극·여심저격’

서울시 공릉동에 위치한 경춘선 숲길이 청춘남녀의 봄맞이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폐철길과 아름다운 주변 경관은 서울 시내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경춘선 숲길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에 힘입어 청년들 사이에선 이미 핫플레이스로 불리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경춘선 숲길은 일제 강점기 때 경춘 철도 주식회사에 의하여 1939년 7월 25일 사설철도로 개통돼 71년간 운행됐다. 이후 2010년 12월 20일 마지막 열차 운행을 마치고 버려졌던 폐철길을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원으로 조성해 경춘선 숲길로 재탄생한 곳이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경춘선 숲길을 찾은 유동인구는 20대 남녀의 비율이 가장 높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공릉역 2번 출구 상권의 경우 20대 남성이 전체 유동인구 중 32.3%를 차지했고, 20대 여성이 26%를 차지했다. 경춘선숲길 우측 상권도 20대 남성 30.9%, 20대 여성 24.5%로 20대의 발길이 두드러졌다.

  

폐철길 따라 운치 가득한 산책로, 20대 감성 저격 아기자기 카페도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경춘선 숲길에서 20대 비율이 높은 건 인근에 여러 대학교가 자리잡고 있어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등이 있다. 경춘선 숲길은 7호선 공릉역과 6호선 화랑대역‧태릉입구역 등 교통이 용이하단 점도 20대 청년들의 비중이 높은 배경으로 지목된다. 폐철길 주변으로 대학생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원룸촌도 형성돼 있다.

 

폐철길 산책뿐 아니라 20대 감성을 저격한 아기자기한 카페 역시 경춘선 숲길이 청춘남녀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는 이유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출발해 경춘선 숲길을 이용하다보면 길 중간에 B 카페가 위치해 있다. 원룸이 가득한 빌라 1층에 위치한 이곳은 다양한 형태의 자리가 있어 방문객들의 선택지를 높였다.

 

또 매장 곳곳에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든 포토존이 있어 SNS를 좋아하는 20대 여성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주로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매장에서 직접 만든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어 여성 소비자 층의 방문을 이끌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김지혜 씨(23‧여)는 “학교와 거리가 있지만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며 “날씨가 좋으면 철길에서 친구들과 함께 걷기에도 좋아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 최근 공리단길, 공트럴파크라 불리는 경춘선 숲길에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분위기의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경춘선 숲길에 위치한 카페 모습. ⓒ르데스크

  

또 다른 대학생 임은정 씨(26‧여)는 “흔히 볼 수 없는 폐철길이 있다는 점이 신기한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에게 데이트 장소를 추천해줄 때도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공리단길(경춘선 숲길)을 자주 추천해준다”고 했다.

 

경춘선 숲길에 위치한 A 카페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은 물론 산책을 하던 사람들도 적지 않다. A 카페도 앞선 가게와 마찬가지로 원룸이 가득한 건물 1층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에스프레소류 커피보다 드립 커피를 주로 판매하는 곳이다. 5가지 이상 다양한 원두가 준비돼 있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선택해 먹을 수 있다.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신동욱 씨(29‧남)는 “자취방이랑도 가깝고, 취향에 맞는 원두를 선택해서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며 “창가 자리에 앉아 사람들이 산책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어서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주부 이은진 씨(35‧여)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친하게 지내는 엄마들이랑 산책하기 위해서 경춘선 숲길에 들렀다”고 했다. 이어 이 씨는 “다음에 아이도 데리고 와야겠다”며 “기찻길을 본 경험이 없을 아이에게 기찻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저녁부터 붐비는 경춘선 숲길 상권, #공리단길 SNS 핫 키워드

 

▲ 하교하는 학생들, 퇴근한 주민들, 데이트하는 연인들 등 경춘선 숲길은 저녁 시간에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보였다. 사진은 경춘선 숲길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저녁시간이 되자 주변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 인근 대학 재학생들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까지 뒤섞여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보였다.

 

산책을 즐기고 있던 직장인 김민석 씨(31‧남)과 직장인 이민주 씨(31‧여)는 “직장 동료로부터 경춘선 숲길에 가면 폐철길이랑 벚꽃을 함께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했다. 이어 “한창 벚꽃이 펴있을 때를 놓쳐 많이 구경하지는 못 했지만 사람들도 없고 기찻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경춘선 숲길 중간 쯤 위치한 D 식당은 가성비 있는 식당으로 평가된다. 이곳은 다찌석에 앉을 경우 모둠초밥을 시켜도 오마카세처럼 한 피스씩 제공하는 게 특징인 매장으로 유명하다.

 

대학생 송지은 씨(25·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오마카세처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왔다”고 했다. 이어 송 씨는 “초밥 먹으러 왔지만 주변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 다음에는 조금 일찍 와서 이 주변도 걸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경춘선 숲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C 레스토랑은 5시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자마자 손님들로 가득 했다. 실제로 이곳은 인근 주민들은 물론 특히 주변 대학생들에게 소문난 맛집으로 유명한 곳으로 폐철길과 약간 거리가 있지만 손님들은 생면 파스타, 뇨끼 등 특색 있는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에서 C 레스토랑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식당을 방문한 손님들은 내부 또한 여성들이 좋아하는 앤틱한 분위기에 사진을 찍게 만드는 플레이팅까지 여성 손님들의 발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강민지 씨(24·여)는 “인스타그램에 #공리단길맛집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곳 중 하나”라며 “내부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 보여서 기대를 가지고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강 씨는 “공리단길이라고 해서 그냥 경리단길, 가로수길과 비슷한 곳일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까 다른 길보다 특별한 볼거리(철길)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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