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윤석열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됐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당의 참패가 지난 2년간 국정을 해온 현 정부에 대한 불만족의 표출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서로 비슷하면서도 결정적인 부분에선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는 분석도 제기돼 주목된다. 두 사람 모두 평소 주장이 강하기로 유명하지만 윤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론의 반응에 기민하게 대처한다는 평가다.
총선 투표율 32년 만에 최고치…尹정부 심판론 뒤엔 ‘독단과 불통’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이 254석 가운데 161석을 차지하며 단독 과반을 달성하는 등 범야권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반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을 얻는데 그쳤다. 비례대표 의석을 합치더라도 패스트트랙 저지에 필요한 의석수(120석)엔 못 미쳤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수도권의 민심은 특히 싸늘했다. 민주당은 서울 48개 선거구 중 무려 37곳이나 차지했다. 60개 지역구가 몰려 있는 경기도에서 53곳, 인천 14개 지역구 중 12곳 등에서 당선인을 배출하며 기록적인 승리를 거뒀다. 국내·외 안팎에선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은 시점의 총선에서 야당의 의석수가 집권 여당을 이만큼 압도한 것을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평가하며 윤 대통령의 위기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의회 장악으로 윤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이며 심지어 탄핵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여당이 국회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사태가 이어져 일찌감치 레임덕에 빠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32년 만에 신기록을 세운 67%의 투표율엔 현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서려 있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이 꼽은 불만의 핵심은 ‘독선’이다. 지난 2년 동안 이준석·김기현 등 2명의 여당 대표가 물러나는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이미지가 덧입혀졌다. 더해 과학·산업계에 이어 의료계에 반하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지층으로 여겨지던 엘리트층마저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탓에 일찌감치 윤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주 비견되곤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국정 운영 과정에서 자녀들에게 최고 수준의 기밀을 다룰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국민적 반발을 무시한 일방적인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4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엔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태도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는 과거 미국 전역에 전국적 임신중절 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으나 최근엔 각 주 단위로 관련법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심지어 160년 된 애리조나의 임신중절 금지법이 지나치다고 할 정도다.
미국여성정치센터(CAWP)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모든 대선에서 미국 여성 투표율이 남성 투표율을 앞질렀다. 투표수 역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미국 내 현지 언론은 ‘고집의 아이콘’인 트럼프의 이러한 행보가 다가오는 대선 승리를 위해 스스로 달라진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격이나 정책 운영 스타일, 심지어 대통령이 된 이후의 정치 행보 또한 비슷한 부분이 많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한 후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듯이 윤 대통령도 총선 참패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정권의 안정과 차기 대선, 임기 이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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