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지 48.56%→총선 의석 36% ‘민심 급변’ 핵심 포인트
대선 지지 48.56%→총선 의석 36% ‘민심 급변’ 핵심 포인트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가 ‘야당의 압도적 승리, 여당의 참패’라는 결과로 마무리 됐다. 공약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집권 여당의 메리트와 핵심 인사들의 사법리스크, 일부 후보의 막말 논란 등 야당의 여러 악재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봐왔던 역대 선거의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불과 2년 전만 해도 민심이 지금과 180도 달랐다는 점에서 이례적 결과를 낳은 배경에 새삼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여당에서 민주당으로 갈아탄 국민 다수 “평범함 거리 먼 그들만의 정치에 실망”

 

지난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율은 48.56%였다. 반면 22대 총선 개표 결과 국민의힘이 차지한 의석수는 108석에 그쳤다. 전체 의석수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36%에 불과한 수준이다. 불과 2년 전 정부·여당을 지지했던 이들 중 최소 1~2명은 생각이 바뀐 것이다. 통상 뚜렷한 정치 성향을 지닌 이들의 표심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무당층 혹은 중도층의 민심이 크게 바뀐 게 정부·여당 총선 참패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르데스크가 전국 각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실제로 지난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으나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의 발언을 종합했을 때 생각이 바뀐 주된 이유는 고령·고학력·고스펙 등 이른바 ‘3高 정치’가 지목됐다. 연공서열을 따지고 학력과 이력만을 중시하는 모습에서 민주주의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 ‘제왕적 권력’으로부터 무시 받는 느낌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무당층 비율이 높아 역대 선거에서 줄곧 ‘캐스팅보트’로 불려온 20·30세대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특히 많았다. 20·30세대는 물리적으로 고학력을 제외한 고령·고스펙을 갖추기 어려운 연령대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채정 씨(39·남)는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는데 이번엔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며 “과거 국민의힘 당대표 교체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고 운을 뗐다.

 

▲ 개표 상황을 지켜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원들. [사진=뉴시스]

 

이어 “정치라는 게 연령·성별·나이·계층에 상관없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더욱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인데 취임하자마자 어린 당 대표를 찍어내고 이어 다른 후보들까지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낙마시켜 결국 원하는 후보를 앉혔다”며 “엄청난 권위 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때부터 민주당이 아무리 잘못해도 윤 대통령 보단 덜하다는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양지은 씨(22·여·가명)는 “국민의힘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자체가 왠지 나이가 많으면서 많이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다”며 “문제는 실제로 당을 이끄는 사람이나 공천을 받은 후보들도 대부분 50대 이상의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과연 그들 중에 평범한 국민의 생각에 공감해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양평군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정훈 씨(35·남·가명)는 “윤석열정부 내각을 봐도 그렇고 이번에 공천을 받은 국민의힘 후보들 또한 고령에 고학력, 고스펙 등 소위 말하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 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기득권이라 불릴만한 사람의 비중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한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소신도 지나치면 아집” “밑바닥 정서·경제 외면” “마치 무시 받는 기분”

 

권위적 이미지와 몇 가지 사안에서 보인 강성 행보는 국민으로 하여금 “무시 받고 있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하은 씨(23·여·가명)는 “2년 전에 처음 투표를 했을 때는 부모님 정치 성향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뽑지 않았다”며 “정부나 국민의힘 인물들을 보면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이 보인다”고 운을 뗐다.

 

▲ 개혁신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 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 [사진=뉴시스]

 

이어 “당장 김건희 여사의 몰카 사건만 봐도 몰카 자체가 기분 나쁜 건 맞지만 뇌물을 받은 것은 사과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한 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무조건 본인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것부터 나이가 어리거나 학벌이 낮으면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남을 가르치려 드는 행동까지 전부 비호감 투성이다”고 비판했다.

 

충남 천안에서 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수미 씨(39·여)는 “개인적인 정치 성향은 보수지만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번 정부는 상당히 불만족스럽다”며 “2년 동안 경험했을 때 돈이 ‘큰 집’으로만 몰린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주변에 사업을 하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며 “자신들이 인정하는 범위를 정해놓고 나머진 무시한 채 그들만을 위한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는 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부산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김성준 씨(36·남·가명)는 “이종섭 호주대사 관련 사건부터 김건희 여사 논란까지 어떠한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국민의 눈높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약 국민을 진정한 나라의 주인으로 여겼다면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하면서도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사과를 하는 게 정상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총선 직전에 실시한 민생토론회를 보면서도 마을을 돌아다니며 선심 쓰듯 백성들의 고충 해결해줬던 조선시대 왕들의 모습이 연상됐다”며 “이재명 대표나 조국 대표, 또 여러 민주당 후보들이 잘못을 하거나 망언을 하기도 했지만 최소한 국민을 직접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결국 수많은 국민이 이성 보단 감정에 치우친 결론을 내렸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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