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싫어” 들끓던 산업은행 내부에 “가볼까” 여론 솔솔
“부산 싫어” 들끓던 산업은행 내부에 “가볼까” 여론 솔솔

4·10 총선을 앞두고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는 여전히 부산 이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하나 둘 ‘부산 이전도 나쁘지 않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수도권의 높은 집값과 물가, 복잡한 교통 등으로 고생하느니 차라리 안정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부산에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절대 안 돼”➞“나쁘지 않네” 변곡점 맞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내부 목소리

 

정치권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대선 공약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정 과제로 추진됐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으로 인해 수도권 인구 분산효과와 동남권 산업구조 전환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부산 시민들의 반응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산업은행 내부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부산 이전 결정이 내려지자 노조의 반발과 동시에 MZ세대를 중심으로 퇴사하는 직원들이 크게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2023년 퇴직자(정년퇴직·임금피크제 적용·무기계약직 제외) 81명 중 57명이 20·30대로 확인됐다. 전체 퇴직자 중 70%가 넘는 규모다.

 

해당 결과는 과거 10년과 비교했을 때도 이례적인 수치였다. 연도별 20·30대 퇴직자 수를 보면 2013년 18명을 기록한 이래 2021년까지 16~26명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수준에 그쳤다. 부산 이전 결정 전후로 퇴사자가 무려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산업은행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그런데 최근 들어 산업은행 내부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기존의 입장을 고수 중인 노조와 달리 일반 직원들 사이에선 내심 부산 이전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이든 지방이든 월급은 동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물가와 집값이 저렴한 부산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업은행 직원은 “부산 집값을 알아봤는데 서울의 반 토막 수준이었다”며 “서울 다음으로 인프라도 잘 구축돼있고 물가도 저렴해 같은 월급이면 부산에서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에도 보탬이 되고 개인적으로도 삶의 질이 나아진다면 굳이 부산을 반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고 부연했다.

 

또 다른 산업은행 직원은 “산업은행은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좋은 회사 중 하나인데 이곳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도저히 서울에서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엄두가 안난다”며 “최근 주변 동료들도 그렇고 노조의 목소리가 전 직원의 속마음까지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지역균형발전에 따른 출산장려를 통해 저출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절반 가까이 저렴한 지방 경제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시작으로 점차 활성화되면 국민의 의식주 부담도 크게 줄어 들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 국가들을 보면 인구편중이 저출산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각 지방마다 일자리를 활성화해 청년들을 수도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자연스런 수순이다”고 강조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