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관료’ 우리금융 임종룡 ‘서울대·관료·남성’ 코드인사 논란
‘친정부·관료’ 우리금융 임종룡 ‘서울대·관료·남성’ 코드인사 논란

우리카드의 인사 편중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전원이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관료 출신의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위주로 구성된 현 정권과의 연결고리 형성과 자신과 똑같은 관료 출신 챙기기 두 가지 효과를 함께 누리기 위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노림수’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연치곤 너무 기막힌 ‘서울대·남성·관료’ 공통점…선·후배 관계로 채워진 사외이사들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 21일 정기 주주총회를 마무리하며 사외이사 1명을 새롭게 영입했다. 앞서 4명의 사외이사들이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었으나 박래수 사외이사를 제외한 3명(김영섭·유재한·신현택)을 재선임했다.

 

박래수 사외이사 자리엔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조세부문 부부문장을 새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장 신임 사외이사는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제 3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국재경제과장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지낸 바 있다.

 

박 사외이사의 합류로 우리카드 사외이사진은 전원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합격한 남성으로만 채워지게 됐다. 지난 2019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김영섭 사외이사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에 제 7회 행정고시 합격자다. 그는 관세청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신현택 사외이사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제 18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문화관광부 관광국장을 거쳐 여성가족부 차관을 역임했다. 이후 예술의 전당 사장을 지낸 후 현재 예일회계법인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유재한 사외이사 역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제 20회 행정고시 합격자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직을 거쳐 현재 신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예일회계법인 상임고문직을 수행 중이다.

 

우리카드의 사외이사진은 학벌과 경력뿐만 아니라 성별 측면에서도 다양성이 부족한 모습이다. 우리카드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여성 사외이사를 두지 않고 있다. 2013년 출범 이후 전체로 따져도 여성 사외인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반면 같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인 KB국민카드는 최자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를 사외 이사로 두고 있다. 신한카드 역시 성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여성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특히 하나카드는 권숙교 사외이사에 이어 진선애 중앙대 국제대학원장을 선임해 여성 사외이사만 무려 2명나 된다.

 

“의도하지 않곤 무려 세 가지 공통점은 불가능…친정부 관료 출신 임종룡 노림수인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카드의 사외이사 인사 편중 현상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특히 임종룡 회장의 ‘노림수’라는 해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위주로 구성된 현 정권과의 연결고리 형성과 자신과 똑같은 관료 출신들을 챙기는 두 가지 효과를 한 번에 누리려는 의도로 비춰진다는 주장이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금융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기존에도 서울대 출신 남성 편중 현상이 심각하긴 했지만 전원이 서울대를 졸업한 관료 출신인 적은 없었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우리카드 사외이사로 활동한 9명 중 8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1명 정도는 예외로 두고 있었다. 또 금융권 종사자나 교수, 회계사 등 출신 성분도 다양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로지 관료 출신으로만 채워져 있다.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특정 지역이나 나이, 출신, 학교 등의 편중 인사는 조직의 다양성 확보나 내부 견제에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를 낳을 만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정부 조직이나 기업 등의 편중 인사가 논란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카드처럼 조직의 견제나 감시,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의사결정 등을 책임지는 사외이사들의 성별·출신·학교가 모두 같은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특히 실적부진 등 경영적 위기라 여겨질 만한 상황에선 상황의 개선 의지마저 의심 받을 만한 사안이다. 최근 우리카드는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20억원으로 전년(2050억원) 대비 43.5%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대폭 줄었다. 우리카드의 2023년 영업이익은 1400억원으로 1년 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사외이사가 선정 절차에서 경영진에 우호적이고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인사들이 이사회에 연임하는 문화가 이어져 왔다”며 “연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견제와 감시 등 본연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 조직이나 기업 등의 편중 인사의 부작용은 이미 수많은 사례로 입증됐는데 그럼에도 편중 인사를 시도했다는 것은 어떠한 노림수 때문이라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임종룡 회장이 이미 현 정권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만큼 정부와 같은 인사코드를 내비친다는 게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까진 안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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