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친위대 ‘헤쳐모여’…태광그룹 금융계열사 CEO인사 뒷말
회장님 친위대 ‘헤쳐모여’…태광그룹 금융계열사 CEO인사 뒷말

최근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부터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 CEO가 이호진 전 회장 최측근 인물로 물갈이된 만큼, 금융계열사 CEO 인사 역시 이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태광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견제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금융계열사의 경우 이호진 전 회장을 견제할 마땅한 주주행동이 없다. 이 전 회장이 인사 물갈이를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한결 수월한 환경이라는 의미다.

 

흥국생명을 비롯해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는 이 전 회장이 지분 과반수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리스크로 인해 경영 복귀가 쉽지 않다는 점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전 회장 등 오너일가 소유 지분이 많은 비상장사의 경우 상장사와의 내부거래로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는 데다 배당성향마저 높아 이 전 회장에 친화적인 경영 행태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CEO 인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성과와 무관하게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임형준 흥국생명 대표는 지난해 흥국생명 당기순이익이 30% 가까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업계에선 임 대표가 2022년 취임할 당시부터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뒷받침하기 위한 역할로 선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임 대표는 1987년 한은에 입행한 이후 한은에서 금융시장국, 통화정책국 등을 거쳐 경영담당 부총재보를 지냈다. 보험이나 자산운용 전문가가 아닌 금융관료 출신 인사다. 이 전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한 뒤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긴 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대관 능력을 우선시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흥국생명 안팎에서도 임 대표는 이 전 회장의 호위무사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 인물로 분류된다. 흥국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흥국화재와 흥국자산운용, 흥국증권 등 CEO가 모두 물갈이되는 동안 임 대표가 실적 부진에도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반면 나머지 금융계열사 CEO의 경우 호실적을 냈음에도 모두 교체됐다. 흥국화재의 경우 임규준 전 대표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무려 52.5%나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음에도 물갈이 됐다. 임 전 대표의 뒤를 이어 흥국화재 사령탑을 맡게 된 인물은 송윤상 대표다. 흥국생명에서 경영기획실장을 지냈었다.

 

송 대표가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생명에 합류한 시점은 지난 1월로 불과 3개월여 만에 흥국화재 대표로 오르게 됐다. 그가 현대해상과 삼성생명, KB생명 등 주요 보험사 경력을 가진 보험전문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인물이 주요 계열사 대표로 선임된 건 이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실적을 낸 흥국증권도 CEO가 교체되긴 마찬가지다. 흥국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 증가했지만 대표이사는 물갈이됐다. 그간 흥국증권을 이끌었던 주원 대표는 세 차례나 연임에 성공한 장수 CEO로 임기가 1년 남았음에도 고문으로 물러나게 됐다.

 

흥국증권 신임 대표는 손석근 흥국자산운용 대표가 맡게 됐다. 이례적으로 자회사 대표가 모회사 대표로 선임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흥국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 68.75%를 가진 이 전 회장이다. 흥국자산운용의 경우 흥국증권이 72%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이 전 회장이 20%를 보유 중이다.

 

손 대표의 뒤를 이어 흥국자산운용 대표를 맡게 된 이도 새롭게 합류한 인물이다. 이두복 미래에셋증권 리스크관리부문 부문 대표(CRO) 부사장이 선임됐다. 이두복 대표는 블룸버그(홍콩) 한국영업본부장을 시작으로 KDB자산운용, 슈로더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등을 거쳤다.

  

사실상 태광그룹 금융계열사 CEO 인사가 모두 이 전 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평가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사의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성과와 무관하게 오너일가인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혹은 이익만을 우선시한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김상언] ⓒ르데스크

 

가뜩이나 이 전 회장의 지분이 높은 비상장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돈을 번 뒤 높은 배당성향으로 오너인 이 전 회장 배불리기를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이러한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 전 회장은 흥국증권 지분 68.75%, 흥국자산운용 지분 20%를 갖고 있다. 흥국자산운용은 흥국증권이 72%를 갖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흥국증권➞흥국자산운용 등으로 이뤄진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사실상 흥국증권과 흥국자산운용은 이 전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가진 사실상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흥국증권과 흥국자산운용은 매년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로부터 수십억원이 넘는 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에만 무려 14조원이 넘는 돈을 흥국자산운용과 투자일임 자문계약을 맺었다. 계열사에 편중된 자산운용 위탁은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흥국증권이 지난해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로부터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각각 76억원, 18억원이다. 덕분에 1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흥국자산운용 역시 흥국생명과 흥국화재로부터 각각 75억원, 17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내부거래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은 124억원을 기록했다.

 

흥국증권과 흥국자산운용이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이 전 회장의 주머니로 흘러갔다. 흥국증권은 지난해 20억60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 중 14억6000만원이 이 전 회장의 몫이었다. 흥국자산운용으로부터도 22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흥국자산운용의 경우 당기순이익 124억원 중 110억원을 배당으로 풀면서 배당성향은 무려 8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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