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먹튀’ 당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먹튀’ 당했습니다”

예비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결혼식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책 마련 목소리가 높다. 웨딩사진·드레스 비용을 받고 잠적해 버리는 이른바 ‘먹튀’ 사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 최근엔 단기로 빌린 장소를 그럴싸한 웨딩홀로 꾸며놓고 파격적인 가격에 예약을 진행한 후 사라져버리는 기상천외한 사건까지 등장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혼인율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결혼식 사기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의 기록인데…웨딩 사진·영상 ‘먹튀’ 당한 신혼부부들

 

얼마 전 결혼한 신혼부부 이승연(32·남·가명)·김아연(29·여·가명) 씨는 한참 행복해야 할 신혼생활을 경찰서를 오가며 보내고 있다. 주변엔 이들 부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신혼부부들도 여럿 있다. 모두 결혼준비 과정에서 H업체에 사진과 영상 촬영을 맡겼다가 ‘먹튀’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다.

 

피해자들 주장에 따르면 H업체는 40만~60만원의 저렴한 가격과 관공서 작업 경험 등을 앞세워 결혼식 영상·사진 촬영 의뢰를 받은 뒤 실제 촬영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작업물 지급일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늘어갔다. 심지어 잠적을 앞둔 시점에는 계약금을 받았으면서도 결혼식 당일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H업체 소재지의 관할 경찰서인 부산 사상 경찰서에 관련 사건을 신고한 피해자는 무려 400여명에 달한다. 경찰서에서 수사 과정에서 현장을 수색해 입수한 원본 사진과 영상들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곤 있지만 그 마저도 받지 못한 피해자도 수두룩하다. 지금까지 원본 사진과 영상을 돌려받은 피해자는 고작 90여명뿐이다. 

 

▲ 웨딩 사진·영상 먹튀 사기 피해를 입은 신혼부부에게 원본 자료를 돌려주기 위해 부산 사상경찰서 수사과에서 운영 중인 ‘결혼 영상 복사소’. [사진=사상경찰서]


이 씨는 “돈도 돈이지만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결혼식 사진과 추억을 모두 잃은 것이 더 화가 난다”며 “생각할수록 치가 떨리고 혈압이 높아지는 기분이고 반드시 경찰이 사기꾼을 꼭 잡아서 엄벌에 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는 결혼식 일정이 여유가 있었던 덕에 간신히 피해는 면했다. 다만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결혼식에 맞춰 새로운 업체를 찾는 것은 피해자들의 몫이다. 해당 피해자는 “다행히 결혼식 당일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스튜디오를 알아보고 사진 촬영을 다시 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기만 하다”며 “남들보다 결혼식이 두 배는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예비 신혼부부를 상대로 한 ‘먹튀’ 사기는 사기·영상에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박혜림 씨(여·30·가명)는 결혼식 1주일 앞두고 웨딩드레스 업체로부터 웨딩컨설팅 업체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드레스를 지급받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랴부랴 해당 컨설팅 업체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미 잠적한 뒤였다. 결국 박 씨는 급하게 돈을 더 주고 원하는 디자인의 웨딩드레스도 고르지 못한 채 결혼식을 마쳐야 했다.

 

해당 업체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도 수백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피해자들은 SNS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대책을 논의 중인에 해당 대화방의 참여자는 500여명에 달했다. 박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사기를 당할 것이라 생각치도 못했다”며 “그래도 급하게 웨딩드레스 구해 결혼은 했지만 한번뿐인 결혼식을 작정하고 망치려 든 행태가 너무 괘씸하다”고 말했다.

 

슬쩍 방명록 이름 본 뒤 “아까 낸 축의금 좀 돌려 달라” 타인 사칭 사기 기승 

 

▲ 결혼식장에서 타인을 사칭해 축의금이나 식권을 가로채가는 방식의엔데믹 이후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한 결혼식장 축의금 수납 현장.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신혼부부를 노리는 사기 범죄는 결혼식 당일에도 안심할 수 없다. 최근 결혼식장에서 축의금을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들의 수법은 의뢰로 단순하다. 미리 결혼식장 주변을 맴돌며 방명록 등에서 하객 이름을 알아낸 뒤 ‘축의금을 덜 넣었다’는 식으로 봉투를 돌려받은 뒤 도망가는 식이다.

 

박인혁 씨(29·남)는 지난해 친척 누나 결혼식에서 축의금 접수를 보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박 씨는 “축의금을 함부로 돌려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름과 신분증을 요구했는데 그대로 달아났다”며 “소름끼치는 사실은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 뒤로 똑같은 상황이 몇 차례 더 있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피해 규모가 작긴 하지만 식권을 노리는 사기도 존재한다. 빈 축의금 봉투를 주거나 미리 신랑·신부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고 거짓말하고 식권을 받아 가는 식이다. 사용하지 않은 식권은 나중에 환불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결혼 당사자가 비용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명백한 사기 범죄다. 앞서 결혼식에 초대받지 않은 여성 2명이 1000원을 축의금으로 내고 식권을 챙겼다가 사기죄로 기소된 사건도 있었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결혼이란 끝나기 전까지 정말 정신없고 모든 것들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노리는 사기가 빈번하다”며 “결혼식 준비에는 돈이 좀 들더라도 믿을만한 업체들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고 축의금 접수에 있어서도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기고 혹시라도 돌려줘야 할 경우에는 철저한 본인 확인 절차를 꼭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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