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된 이창권 경영전략 승부수, KB국민카드 위기 경고등
자충수된 이창권 경영전략 승부수, KB국민카드 위기 경고등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의 경영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취임 이후 추진한 경영 전략이 오히려 KB국민카드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사업과 카드영업 강화를 내걸고 대대적인 조직개편까지 단행했지만 KB국민카드의 해외법인은 적자폭이 커졌고, 순이익은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22년 취임 이후 이창권 대표가 내건 경영 전략은 해외사업 공략과 카드영업 강화 등이다.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카드사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개인영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사업본부를 신설했고, 개인영업본부는 영업그룹으로 격상시켰다.

 

KB국민카드가 2022년 캄보디아 현지 리스사인 ‘아이파이낸스리싱’을 인수한 것도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단 전략이다. 당시 캄보디아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됐고, 현지법인인 KB대한특수은행의 실적이 상승세를 그리고 있었던 점이 주효햇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그러나 이 대표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인수는 KB국민카드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2022년까지만 해도 254억원에 달했던 KB국민카드의 해외시장 순이익은 지난해 5억4200만원으로 무려 97% 이상 감소했다. 해외법인 4곳의 실적이 모두 급감한 가운데 이미 적자였던 아이파이낸스리싱의 적자폭이 커진 결과다.

 

KB국민카드의 캄보디아 법인은 KB대한특수은행과 아이파이낸스리싱 두 곳이다. KB대한특수은행은 2022년 102억1300만원에서 지난해 54억39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아이파이낸스리싱의 경우 마이너스 10억6800만원이던 적자 규모가 마이너스 30억68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커졌다.

 

나머지 태국과 인도네시아 법인 역시 실적이 줄어들긴 마찬가지다. 태국법인인 KB제이캐피탈은 2022년 31억1400만원이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마이너스 37억73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나마 인도네시아 법인인 KB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는 19억4400만원으로 선방했지만 전년(121억4800만원) 대비 무려 84%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KB국민카드의 해외시장 실적 부진은 경쟁사와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진다. 해외시장이 카드업계 미래먹거리로 불리는 만큼 해외에 진출한 카드사는 적지 않다. 2022년 해외시장 실적만 놓고 보면 비슷한 수준이던 신한카드는 지난해 77억49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약체로 평가받던 우리카드는 지난해 91억9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60%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 등에 따른 각 진출 국가의 조달금리 상승과 경기침체로 고객 상환능력 저하 등 비우호적 금융시장 환경이 지속됐다”며 “또한 이달 종료 예정인 채무조정자산 상환유예 프로그램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영향이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 지주 내 비은행 기여도 하락…양종희 KB금융 리딩뱅크 수성 ‘흔들’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이 대표가 주문한 카드영업 강화 전략도 득보단 실이 컸다. 카드수익이 늘어나긴 했지만 연체율과 부실채권이 높아지는 등 자산건전성 악화로 인해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무리한 영업으로 대손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수익에 직격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카드의 카드수익은 2022년 2조9320억원에서 지난해 3조3074억원으로 12.8% 올랐다. 같은 기간 충당금전입액은 5005억원에서 8269억원으로 65.2% 급증하면서 수익보다 비용 증가분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자본건전성이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KB국민카드의 지난해 연체율은 1.85%로 1년 새 무려 0.52%p 급증했다.

 

KB국민카드의 수익성 악화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4190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이 대표가 취임한 2022년 3790억원으로 9.50%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3% 줄어든 3510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KB국민카드의 실적 부진은 KB금융지주 내 비은행 기여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사 간 비은행부문 실적은 리딩뱅크 경쟁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지목된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은행의 경우 성장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앞다퉈 비은행부문 강화를 외치는 배경이다.

 

KB금융지주 내에서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기여도 2위 자리를 지켜왔던 KB국민카드는 지난해 3위로 밀려났다. KB손해보험이 75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KB금융지주 내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기여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위 자리마저 38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KB증권에게 내줬다.

 

임기 내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이 대표가 연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가 지목된다. 이 대표는 양종희 회장이 2015년 부사장을 맡았던 당시 지근거리에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연을 쌓았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어 9년 만에 새로운 수장이 된 양 회장이 KB금융 내 6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한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에 대한 신뢰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는 그간 부진한 모습 대신 KB국민카드의 수익성 및 건전성 개선이라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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