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돈에 팔촌까지 빨간불 행렬…“과연 주가만큼 회사도 클까”
AI 사돈에 팔촌까지 빨간불 행렬…“과연 주가만큼 회사도 클까”

‘챗GPT’ 열풍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려온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옥석 가리기’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무분별한 AI 투자 광풍에 힘입어 내실 있는 기업 선별 과정이 생략된 채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이유다. 구글 딥마인드 CEO를 비롯한 글로벌 전문가들 역시 AI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를 경계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는 최근 생성형 AI 분야에 수십억 달러가 몰리는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감을 보였다. 특히 AI에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 2021년 비트코인 열풍 당시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AI는 굉장한 것이지만 현실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너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투자 과정에 있어 실제 AI 기술과 무관한데도 AI를 과장되게 활용한 ‘AI 워싱’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증권거래소(SEC) 역시 비슷한 평가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단속을 예고했다. SEC는 이번 달에만 델피아, 글로벌 프리딕션 등 두 곳에 ‘AI 워싱’과 관련된 벌금을 부과했다. 앞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AI 탈을 쓴 허위 마케팅은 절대 금물이다”며 “AI를 내세워 혁신 상품처럼 포장한 상품은 엄중히 다스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1분기 글로벌 증시 핵심 테마 AI…“기술 발전 대비 주가 상승 속도 과도한 측면 있어”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다만 미 금융당국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AI 워싱’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 세계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AI’ 단어만 들어가면 주가가 요동치다 보니 주주들의 눈치를 보는 기업 입장에선 ‘AI’라는 재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과거 ‘닷컴버블’ 시절 너도 나도 ‘닷컴’을 붙일 때와 유사한 현상으로 평가된다. 최근 블룸버그 법률 분석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40% 이상이 연례 보고서에서 AI 기술을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AI 관련 기술이나 기업에 막대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캐피탈은 2500여개의 AI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에서 425억달러(원화 약 57조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주식 시장의 개인 투자자들도 AI 테마주에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다.

 

그 결과 AI 테마주는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1일 오전 11시 기준 최근 3개월 간 국내에서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데이타솔루션이다. 데이타솔루션은 AI 전문기업으로 시장에서 디지털 뉴딜 핵심 대장주로 꼽힌다. 같은 기간 해외 최고 상승률은 현재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엔비디아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새로운 르네상스의 포문을 열 가능성은 높지만 과도한 기대감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기술 자체는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이 과도하게 몰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섣부른 투자에 대해 경계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AI 기술을 내세운 작전주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이 AI 관련 특정 종목들에 편중돼 있어 금융시장 일각에선 버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혁신 기술의 실제 발전 속도보다 금융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 주가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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