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社 대신 역점社 둥지 튼 롯데3세 ‘구원투수 역할론’ 부상
위기社 대신 역점社 둥지 튼 롯데3세 ‘구원투수 역할론’ 부상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년 연속 영업 손실을 내며 롯데그룹의 ‘캐쉬카우’에서 ‘문제아’로 전락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그룹 차원의 대책 마련과 함께 사태를 진화할 소방관 투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롯데그룹 3세 신유열 전무다. 그룹 경영에 참여한 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능력이나 경영적 성과를 보이지 못한 신 전무가 위기에 빠진 계열사 경영으로 능력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롯데그룹 캐쉬카우 롯데케미칼, 실적·주가 줄하락에 경영수업 받던 후계자마저 이탈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손실 3332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의 76%(2541억원)는 말레이시아 법인인 LC타이탄에서 발생했다. LC타이탄은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2010년 신동빈 회장이 1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러나 최근 부진을 거듭하면서 시가총액 또한 인수가의 절반 수준인 74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결국 롯데그룹은 LC타이탄 매각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 회장이 “성과가 없는 사업은 매각을 통해 과감히 매각하겠다”고 공헌한 적 있어 매각설은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다만 롯데캐미칼은 여전히 매각설에 이렇다 한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LC타이탄에 대해 다양한 전략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 안팎에선 매각설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모회사인 롯데케미칼 소액주주들의 매각 요구가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LC타이탄이 롯데케미칼의 발목을 잡은 탓에 주가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은 과거 꾸준히 조단위 흑자를 내온 ‘우량기업’이었다. 2015년만 해도 롯데그룹의 뿌리로 불리는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을 뛰어넘으며 그룹의 위상을 드높였다.

 

롯데케미칼에 대한 신 회장의 애정도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신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첫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19년 과다겸직 논란 당시에도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직은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2022년에는 장남이자 후계자인 신유열 전무까지 롯데케미칼에 투입시켜 자신과 같은 길을 걷도록 했다. 주력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은 오랜 기간 통용돼오던 후계수업 방식 중 하나다.

 

‘신유열 복귀’ 외치는 롯데케미칼 소액주주들 “차려진 밥상 대신 엎어진 밥상부터 챙겨야”

 

부친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근무하며 롯데케미칼과 돈독한 인연을 쌓아갈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과 달리 신 전무는 입사 2년차에 돌연 롯데바이오로직스로 떠났다. 공교롭게도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곤두박질치던 시기와 맞물린다. 반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롯데그룹이 미래먹거리로 지목한 ‘바이오 사업’을 주도할 전초기지로 평가되고 있다. 2022년 6월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인천 송도에 메가플랜트를 착공한 것에 더해 10년 동안 최대 3개의 공장을 세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 롯데케미칼 외부 전경. [사진=뉴시스]

 

롯데케미칼 소액주주들은 상당히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거듭된 적자로 과거에 비해 주가가 곤두박질 친 상황임에도 이렇다 할 쇄신 노력은 고사하고 그룹 후계자까지 2년 만에 다른 계열사로 배치한 것은 사실상 주가 부양 의지가 없다는 의미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 주가는 2021년 초만 해도 20만원 후반대를 오가며 장중 한때 3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후 급락해 지난 5일 종가는 12만700원에 불과했다.

 

한 롯데케미칼 소액주주는 “3년 전에 비해 주가가 거의 3분에 1 수준까지 급락했는데 롯데그룹 차원에서의 이렇다 할 조치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말 전문경영인을 교체하며 뭔가 조치를 취하나 했는데 동시에 경영수업을 받던 오너 2세를 다른 계열사로 보내버리며 또 한 번 기대감을 져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가 상승의 재료 하나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온실 속 화초처럼 성장한 신유열 전무가 나중에 롯데그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신유열 전무를 다시 롯데케미칼로 불러들여야 한다”며 “작년에 설립한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배치시켜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겨 능력을 입증하도록 한다는데 이미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한 계열사에서 무슨 능력을 보인다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진정한 경영수업은 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정상화시켜 주주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며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는 식의 경영수업만으로 굴지의 대기업 총수 자리를 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사업은 성공 시 승계 절차를 밟을 때 합당한 명분을 제공해 줄 수 있지만 능력과 경험이 검증되지 않은 이들이 미래 먹거리를 주도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며 “실패하면 전문경영인은 그 대가를 치르겠지만 3·4세들은 문책받을 일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능력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선 위기관리 능력부터 입증해 보이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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