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취재 난이도” 일회용품 끊기 10일 간의 기록
“역대급 취재 난이도” 일회용품 끊기 10일 간의 기록

“요즘 사람들이 일회용품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메일로 날아 온 한 독자의 의미심장한 질문. 새삼 기자도 궁금해졌다. 과연 일회용품 없이 사는 게 가능할까. 잠깐의 고민 끝에 결국 스스로 ‘실험체(?)’가 되기로 결심했다. 기간은 딱 열흘, 방식은 단순·무식·용감.

 

의욕만 가지고 시작한 체험이지만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하루 동안 어떤 일회용품을, 얼마나 쓰는지부터 파악하는 것이었다. △일회용 렌즈 △면봉 △화장솜 △클렌징 티슈 △마스크 △일회용컵 △물티슈 △핸드타올 △핫팩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순간 ‘의욕이 너무 과했나’라는 후회감이 몰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돌아가기엔 ‘마감’이라는 크고 거대한 장벽이 세워져 있었다. 서둘러 대체할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다. 렌즈는 안경으로, 물티슈·마스크·화장솜은 빨아 쓸 수 있는 면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대체품을 찾지 못한 제품은 과감히 포기했다.

 

순간의 호기심과 과한 의욕의 결말 ‘끝없는 귀찮음’ 

 

▲ 화장솜과 핸드타올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한 면 화장솜(사진 왼쪽)과 손수건. ⓒ르데스크

 

순간의 호기심과 과한 의욕에서 시작한 도전은 사실 귀찮음과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무려 열흘이나 화장을 지울 때나 토너를 바를 때 사용하던 일회용 화장솜 대신 면 화장솜으로 대체했다. 면 화장솜은 한 번 사용하고 나면 깨끗하게 세탁해야 재사용이 가능하다. 일회용컵도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일 아침 집에서 텀블러를 챙겨야 했다.

 

화장실에서는 무작정 뽑아 쓰던 핸드타올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늘 가방 속에 손수건을 챙겼다. 이 손수건은 책상이나 노트북 화면을 닦을 때 썼던 물티슈 대용으로도 사용했다. 간단한 집청소를 위해 사용하던 일회용 테이프나 일회용 청소포 또한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생전 잘 만지지도 않았던 걸레를 사용했고 심지어 이불 빨래까지 했다. 머리가 내려올 때 사용하던 고무줄 끈과 면봉은 대체품을 찾지 못 해 열흘간 사용을 포기했다.

 

대체품을 구하기 어려운 실외에선 불편함이 더욱 컸다. 기자 직업의 특성 상 외부 업무가 많은 편이다 보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취재를 위해 명동과 홍대 일대를 돌아다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잠시 인근 카페에 들렸는데 아무 생각 없이 티슈를 사용할 뻔했다. 부랴부랴 손수건을 꺼내 테이블을 닦았는데 이후엔 손수건을 다시 쓰는 게 문제였다.

 

“혼자만의 노력으론 역부족, 사회 전체가 일회용품 끊기 동참해야” 

 

▲ 카페에서 받은 일회용 포크(사진 왼쪽)와 티스푼. ⓒ르데스크

 

황당한 일도 있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작은 조각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매장 직원이 씻어 놓은 포크가 없다며 일회용 포크를 주는 것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환불 의사를 표현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결국 “기다리겠다”는 말과 함께 일회용 포크를 돌려줬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다회용 포크를 받을 수 있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한 주말 외출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를 보게 됐는데 영화관 매점은 온통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팝콘, 콜라, 커피 등 포기할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평소 전부 좋아하던 것들이다. 식당에 들러서도 평소처럼 손수건을 사용해 손을 닦는 대신 화장실 세면대를 사용했다.

 

처음 독자로부터 ‘일회용품 없이 살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땐 누구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사용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니 불편하고 힘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회용품이 전혀 없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은 개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누군가가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충분히 살 수 있다. 다만 엄청난 불편과 주변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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