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풀고 리모델링 조이고…엇박자 규제에 현장갈등 속출
재건축 풀고 리모델링 조이고…엇박자 규제에 현장갈등 속출

▲ 1.10 부동산 대책 발표후 리모델링 단지들이 재개발로 선회를 시도하며 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대치2단지에 걸려있는 재개발과 리모델링 관련 현수막들. ⓒ르데스크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던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1·10 부동산 대책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달리 서울시는 오히려 리모델링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리모델링 업계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재건축 중심 정책에 리모델링 업계가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10일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건설 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재건축 관련 사항이다. 정부는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 안전진단을 시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사업 기간을 줄이기 위해 조합설립 시기 조기화와 인허가 관련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고 선도지구 지정, 용적률 상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리모델링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통해 1차 안전진단만으로도 추진할 수 있던 수평 증축 리모델링에 대해 앞으로는 2차 안전진단까지 받도록 했다. 조합 설립 후 리모델링 속도가 더뎠던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0 정책에 혼란 겪는 리모델링 현장…"재개발과 차이 심해"

 

서울 강남구 최대 규모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대치2단지 아파트는 재개발 선회를 두고 주민과 리모델링 조합이 대치중이다.

 

조합원들은 리모델링 사업 인허가를 담당하는 관할 구청인 강남구청에 조합해산을 요청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강남구청은 민간사업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또한 리모델링 사업 담당은 구청 소관이라 개입할 수 없어 난항을 겪는 상태다.

 

▲ 대치2단지는 기존 리모델링 조합과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 사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리모델링 반대하는 대치2단지 한 소유주 아파트. ⓒ르데스크

 

대치2단지는 리모델링 조합이 2021년 사업 추진 중 시공사 계약을 해지했고 시공사업단이 조합을 상대로 대여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이 컨소시엄에게 원금 112억원과 이자 등 총 144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대치2단지는 혼돈의 도가니였다. 단지 내에는 리모델링 조합장해임 요구, 리모델링 찬성과 반대 등 수많은 현수막으로 아파트가 도배된 상태였다. 대다수 주민들은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을 원하는 분위기다.

 

단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헌집을 수리해 봤자 겉만 바뀌는 것 뿐이다”며 “새집이 좋은건 당연한것이고 그동안은 여건이 안돼 못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만큼 재건축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거주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며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운영비 행방조차 묘연한데 리모델링을 이어가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또한 리모델링보다 재개발이 주민들에게 이익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 공인중개사는 “강남권에 리모델링한 아파트와 재개발 아파트의 가격차이를 보면 주민들이 왜 재개발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며 “

 

실제로 강남권에서 리모델링과 재개발 가격차이는 크다. 2014년 리모델링을 끝낸 ‘래미안 대치 하이스턴 42평은 26억원에서 29억원 사이로 실거래되고 있다. 반면 재개발을 추진했던 대치펠리스 45평은 42억에서 46억원에 거래 중이다.

 

이미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일부 단지들은 재건축 선회를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응봉대림1차는 2007년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했지만, 15년 넘게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다 2022년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를 꾸렸다. 최근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등을 위한 협력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내며 본격적인 재건축 추진에 나서고 있다.

 

리모델링 역차별에 업계 호소…"리모델링 장점 사라져"

 

▲ 리모델링 업계는 1.10 부동산 대책의 역차별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축하 현수막을 내걸은 응봉 대림1차 아파트 단지. ⓒ르데스크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모델링 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중심 정책에 리모델링 사업이 위축되고 있어서다. 서울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며 역차별을 호소했다.

 

협회는 재건축이 불가능해 리모델링해야 하는 단지도 있는 것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 시내 4217개 공동주택 단지 중 3096개(세대수 증가형 898개·맞춤형 2198개)는 재건축 사업이 불가한 리모델링 대상 단지다. 재건축이 활성화되자 리모델링 예정 단지 주민들도 정부의 리모델링에도 각종 지원·활성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서울의 고용적률 단지는 종상향이 돼도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던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리모델링 공사비가 저렴하면 모르겠지만 시공사 입장에선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나 사업성이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리모델링을 안하는 것”이라며 “공사비가 비슷한 수준이면 기왕 새 건물로 짖는 게 낫기 때문에 리모델링만의 장점을 부각해야 할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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