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손실’ 홍콩ELS 투자자의 절규…미성년자·퇴직자 수두룩
‘1000억 손실’ 홍콩ELS 투자자의 절규…미성년자·퇴직자 수두룩

 

▲ 홍콩 ELS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 호소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홍콩ELS 투자자 집회 현장. ⓒ르데스크

 

“대학 등록금부터 생명보험금, 전세자금, 결혼·혼수금, 퇴직금, 노후자금까지 지역·세대를 불문하고 은행이 우리의 미래를 가져갔습니다.”


19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홍콩항센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금감원 앞에 모여 ‘ELS 피해 2차 성토회’를 열었다. 투자자들은 입을 모아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인 ELS를 충분한 설명 없이 무조건 안전한 상품으로 둔갑시켜 권유했다고 주장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ELS' 상품에서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가 도래한 원금은 총 2105억원으로, 이 중 1038억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50.7%를 기록했다.


본인을 포함해 가족까지 총 2억원을 투자한 70대 최기호(가명) 씨는 “은행에서 어떤 리스크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역으로 안전하냐고 물어봤는데 은행원은 본인도 가입했다고 답했다”며 “내 모든 퇴직금이 사라졌다 제대로 일할 수 없는 나이인데 은행이 나를 길거리로 내몰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내가 중도 해지를 몇 번이고 요청했지만 은행은 괜찮을 거라며 안심시키며 돌려보냈다”며 “ELS가 초고위험군임을 알고 사태가 터졌을 때 나와 내 딸의 미래가 모두 파괴됐고 몸도 마음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만약 ELS가 초고위험군 상품인 줄 알았다면 얼마나 많은 이자를 주더라도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밝혔다. 

 

▲ 집회에는 전국 각지의 투자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은 기자회견하는 홍콩ELS 투자자. ⓒ르데스크


본인이 가입했는지조차 모르는 투자자들도 있었다. 김수진(가명) 씨는 미성년자 시기에 부모님이 대리 가입했는데 은행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락이나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고등학생 때 어머니가 대리 가입하셨는데 은행에서 한 번도 연락 온 적이 없어 가입 사실조차 몰랐다”며 “수능공부하던 고등학생을 은행에서 공격 투자형 100점짜리에에 투자하는 전문가로 만들어 버렸다”고 분노했다. 이어 “어머니께서 통곡하시는 것을 수십 번을 봤다”며 울분을 토했다.


홍콩 ELS는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만 약 10조2000억원인만큼 손실 규모는 갈수록 커질 예정이다. 지난 2021년 ELS 판매 당시 21000대였던 H지수는 현재 5000선으로 떨어졌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5대 은행은 H지수에 연계한 ELS 편입 ELT(주가연계신탁)·ELF(주가연계펀드) 상품을 총 14조6482억원어치 판매했다. 고객 수는 무려 15만4359명이다. 건수는 23만1235건에 달한다. 

 

▲ 집회측은 은행권이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집회 참석한 홍콩 ELS 투자자. ⓒ르데스크

 

금융당국은 ELS 투자 손실 사태가 불거지자 현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이 홍콩H지수 ELS 상품을 판매할 당시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 적정 등급 상품을 판매했는지, 상품 위험성을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 중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ELS는 은행 입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며 “(은행은) 이게 독이든 사과인지 아니면 위험성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고 나서 투자자 책임 원칙을 이야기해야 한다”말했다. 또 “어쩌면 국가의 한계층을 몰락시킬 수 있는 사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회 관계자는 “ELS 사태는 본연의 업무인 예금자 보호를 외면하고 실적에만 눈이 먼 은행권의 과욕 때문이다”며 “이에 피해자가 입은 손실에 대해 은행권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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