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시절’ 바비부터 워크맨까지…세계 휩쓴 레트로 열풍
‘찬란했던 시절’ 바비부터 워크맨까지…세계 휩쓴 레트로 열풍
▲ 국내외로 국가적 호황기 시절 레트로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자라(ZARA)가 선보인 '바비' 컬렉션. [사진=자라]

 

지난해 트랜드를 휩쓴 레트로 열풍은 비단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부터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레트로가 인기를 끌었다. 옛것이라고 모두 레트로 인증 마크를 달고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국가별로 유행한 스타일과 시기는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 바로 경제적 호황기 시절 아이템들만이 레트로 딱지를 달고 옛 영광을 다시 누리고 있다.


국내 레트로에서 레트로 인기 스타일은 1980년대와 1990년대 후반대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간대인 1980년대며, 편의점 오픈런에 품절 대란까지 불러온 포켓몬빵은 1990년대다. 그 밖에 필름 카메라, 청청패션 슬램덩크 등 모두 그 시절 유행한 것들이다. 이는 모두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1980년대 국내 GDP 상승 시동이 걸렸고, IMF가 지난 1990년 말부터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해외도 다르지 않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레트로 시간대는 1950년대와 1990년대다. 미국의 1950년대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황금기라고 불릴 정도로 풍요로웠고 1990년대는 긴 불황을 끝내고 다시 경제부흥이 시작된 시기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부터 1990년대 버블경제 시기 패션과 아이템들이 인기다.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경제 호황 시절 레트로 아이템으로 유행했다.

 

1950·90에 열광하는 미국…"삶이 힘들수록 더 그리워"

  

▲ 미국에서는 1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적 최고 호황기로 불렸던 1950년대 스타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미국 마트 장난감 코너에 진열된 스누피 관련 상품. [사진=독자제공]

 

지난해 미국 최고 인기 캐릭터는 최신 마블 히어로나 게임 캐릭터가 아닌 올해로 만 73세인 스누피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스누피 상품들이 품절 대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누피 저작권을 가진 피츠너는 지난해 2분기부터 동영상 조회수가 71% 증가했고 계정 참여도는 2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 고객층은 90~00년대생들이다.


1950년대 태어난 스누피에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편안함이다. 황금기에 태어난 캐릭터인만큼 만화 자체가 자극적이거나 갈등 요소가 적다. 미국 청년들은 갈등과 혐오, 경기침체로 삭막한 삶에서 스누피가 주는 평화로운 느낌이 큰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1990년대생 캣 스파우츠 씨는 "스누피를 보면 경험해 보지도 못한 그 시절이 그리워 진다"며 "물론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통해 당시 미국 중산층이 얼마나 풍족하고 행복했는지 전해들어 상반되는 지금 같은 시기에 더욱 찾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누피뿐만 아니라 1950년대 스타일은 업계 전반에 걸쳐 유행하는 추세다. 요식업계에서는 화려한 네온사인에 체스판이 연상되는 체크무늬 타일로 인테리어한 50년대 레트로 다이닝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지난해 핫 아이템은 대부분이 샤프하게 올라간 화려한 캣아이 선글라스였다. 할리우드 스타인 리한나(Rihanna) 등이 캣아이 선글라스 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IT업계에서는 1990년대 레트로 감성이 다시 부흥하고 있다. 사진은 쇼핑몰에서 판매중인 캣아이 선글라스와 팩맨 티셔츠. [사진=인터넷갈무리]

 

60년대와 더불어 1990년대 레트로 선호도도 높다. 90년대는 유독 IT 관련 레트로 상품이 인기가 높다. 당시 기기부터 게임 등 다양한 IT 관련 상품이 액세서리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 미국은 IT 부흥을 외치며 수많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회사가 부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대다.  또 반다이 남코와 IBM PC 등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게임산업 역시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기다. 


캘빈 오날도 씨는 "우리(미국인)은 90년대를 너무 좋아한다"며 "일어나면 지금 인스타나 틱톡같은 기술이 아닌 진짜 세상이 변해 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기술과 함께한 여러가지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 집에 모여 게임했던 추억은 정말 최고였다"고 회상했다.


미국인들의 90년대 사랑은 미디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한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배경이 90년대다. 드라마 자체 스토리도 호평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90년대 고증을 잘 반영돼 큰 인기를 누렸다. 캘빈 씨는 "기묘한 이야기를 보면 내 추억을 엿볼 수 있다"며 "드라마 주인공들은 유튜브도 틱톡도 없이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것을 보는 것이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일본 청년들의 헤이세이 레트로…"최고의 시절 영원히 기억될 것"

  

일본에서는 버블시대 레트로가 인기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를 '헤이세이 레트로'라고 보도했다.  헤이세이는 125대 일왕 아키히토의 재위기간(1989~2019) 연호로, 90~00년 생들이 선호하는 레트로를 뜻한다. 이들은 쇼와시대(1926~1989) 레트로를 선호하며 다마고치, 갸루 패션, 폴라로이드 사진기, 스티커사진, CD 플레이어, 헬로키티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일본의 인스타그램 헤이세이 레트로를 검색하면 수만 건의 게시글이 나온다. 이들은 소니 워크맨으로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진을 올리거나 아이폰을 피처폰처럼 꾸미기도 한다. 일부는 과거 잠들어있던 다마고치를 내 첫 반려동물을 만났다며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 일본에서는 버블경제 시절을 그리워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랍속에서 숨어있던 다마고치를 찾아 자랑하는 일본인. [사진=X 갈무리]


가장 인기가 많은 레트로 테마는 일본의 경제 전성기였던 버블경제(1980년대)다. 당시 유행했던 시티팝들은 유튜브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 수를 자랑한다. 아이폰 사진 대신 아날로그 느낌을 살리고 싶은 청년들로 후지카메라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또 가정용 닌텐도 게임기나 라디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집안 장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옛날 라디오 카세트 플레이어가 조용한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리코 후지요시(Eriko Fujiyoshi) 씨는 "일본 경제는 너무 오랫동안 침체돼 있어 버블경제 시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그 시절 물건을 보거나 사용하면 잠시나마 좋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레트로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때 문화와 디자인이 지금보다 더 멋진 것도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커뮤니티 사이트 큐아라의 한 일본 누리꾼은 "사람들은 본래 전성기를 평생 기억하고 사는데 이는 국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며 "버블시대 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이 버블시대를 물건을 촌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우리(일본)의 침체 기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레트로 열풍에 대해 과거 그리움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1980년대 복고 열풍에 대해 "일본 경기가 회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1980년대 좋았던 날과 멀어졌고 최고의 시절은 이미 끝났다 생각해 희망이 있던 1980년대를 끊임없이 그리워한다"고 보도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먹고살기 힘든 시기일수록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와 유행이 성행한다"며 "유행은 본래 돌고 도는데 아무래도 경제가 좋으면 문화도 함께 부흥하기에 경기가 안 좋을 때보다 좋은 시기에 유행할 만한 요소가 많은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레트로 유행은 기성세대에게는 향수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겪어보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새로움과 동시에 희망을 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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