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 장악한 ‘정현호 라인’, 컨트롤타워 재건 신호탄
삼성금융 장악한 ‘정현호 라인’, 컨트롤타워 재건 신호탄
▲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사장단이 당초 예상과 달리 대거 교체됐다. 새로 내정된 사장단의 공통점은 모두 삼성생명 출신이라는 점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외부전경. [사진=뉴시스]

 

올해 삼성그룹 주요 금융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교체되며 시장의 예상이 빗나갔다. ‘안정’보다는 ‘변화’를 추구한 이번 삼성 금융계열사 인사에서 엿볼 수 있는 공통분모는 삼성생명과 미래전략실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간 부재했던 삼성의 통합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사장을 내정했다. 삼성생명 새 CEO에는 홍원학 전 삼성화재 사장이 내정됐다. 홍 사장의 자리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승진해 채웠다.

 

올해 국내 증권사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증권의 수장도 교체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증권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8996억원이다. 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증권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증권사 중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2018년 이후 6년 동안 삼성증권의 수장을 맡았던 장석훈 대표는 임기 내 호실적과 함께 균형 잡힌 성장을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만 해도 차액결제거래(CFD)와 영풍제지 사태, 부동산 PF와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으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부실이 불거진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삼성증권은 안전지대였다.

 

증권업계 대다수는 장 사장에 대한 경영 성과 평가가 긍정적이어서 큰 연임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며 당초 예상을 뒤엎었다. 업계는 장 사장이 삼성증권 CEO 중 가장 오랜 임기를 이어왔고, 계열사 사장단 중 연장자라는 측면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반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3곳의 CEO 물갈이에도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는 지난 3월 3년의 임기를 끝마치고도 이번 인사에서 유임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홍원학 전 삼성화재 사장에게 자리를 넘겨주면서 김 사장이 2026년까지인 임기를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다. 

 

증권 박종문·화재 이문화·생명 홍원학 교체…‘카드·김대환 연임’

 

▲ 사진은 내년 취임 예정인 삼성금융그룹 대표이사별 약력 설명 자료.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삼성증권의 새 수장으로 내정된 박종문 사장은 1965년생으로 부산 내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카이스트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삼성생명 지원팀장 상무 ▲삼성생명 CPC 전략실장 상무·전무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 등을 거친 정통 ‘삼성생명맨’이다.

 

박 사장은 과거 삼성그룹의 금융지주사급 컨트롤타워 구실을 해온 미래전략실 금융일류화추진팀에서 근무했다. 2017년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이후 그는 삼성생명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아 삼성금융사의 미래 먹거리 창출 및 시너지를 도맡아왔다.

 

삼성화재의 새 CEO 이문화 사장은 1967년생으로 서울 장훈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삼성화재 계리RM팀장 ▲삼성화재 경영지원팀장 ▲삼성화재 일반보험부문장을 거쳐 지난해 말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새로 부임한 이문화 사장은 영업현장과 지원 부서를 다양하게 경험한 손해보험 전문가다”며 “이와 더불어 삼성생명·삼성화재 양사 지휘 경험을 통해 삼성화재의 업계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금융그룹의 꽃이라 불리는 삼성생명의 새 사령탑으로는 홍원학 사장이 발탁됐다. 홍 사장은 ▲삼성생명 인사팀장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 ▲삼성전자 경영전략팀 상무를 거쳐 2021년 삼성화재 대표로 임명됐다. 그는 삼성화재 사장에 취임한 첫 해인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1조1414억원을 내면서 역대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홍 사장은 삼성그룹의 비서실과 미전실을 거친 그룹 내 핵심 엘리트다.

 

삼성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의 연이은 교체 속에 연임에 성공한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는 부산 대동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김 사장은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 상무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 및 부사장을 거쳐 2020년 3월부터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과 더불어 그는 삼성그룹 미전실을 거친 그룹 핵심 인사다.

   

삼성생명 근무·미전실 핵심 ‘정현호 라인’ 등 컨트롤타워 재건 신호탄

 

▲ 삼성금융그룹의 신임 사장단의 공통점은 '삼성생명 근무경험'이다. 또한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을 제외한 3명의 CEO는 모두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종문 삼성증권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사진=각 사 홈페이지]

 

이번 신임 대표들은 모두 삼성생명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 안정적 지배구조를 더욱더 탄탄하게 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1위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은 핵심금융계열사인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까지 지배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1대 주주로 8.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또한 삼성생명은 타 금융계열사 지분도 확보중이다. 삼성카드의 지분 보유량이 71.9%로 가장 높고 이어 삼성증권(29.4%), 삼성화재(15%) 순이다.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한 4개의 금융그룹 사장단 중 김대환 삼성카드 CEO를 제외한 모두가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과거 미래전략실은 현재 ‘삼성그룹의 2인자’라 불리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이에 이번 인사가 ‘정현호 라인’을 공고화해 통합 컨트롤타워를 재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최근 기업들이 연말 인사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데 기존 조직에 대해서는 안정화를 가져가면서 양적 확대를 자제하는 대신 신사업·산산업 대비를 위한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도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대부분의 기업이 예년보다 앞당겨 인사를 단행하는 기조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기업 인사가 반드시 실적에 따라 결정나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 내 이해관계와 평판, 대외적인 입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인사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