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증권가 고연봉…“워라밸-고연봉, 양립하기 힘들다”
이유있는 증권가 고연봉…“워라밸-고연봉, 양립하기 힘들다”
▲ 타 업무에 비해 많은 업무량으로 최근 증권사 신입사원들이 워라밸을 위해 회사를 관두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밤에도 불켜진 여의도 증권가 전경. ⓒ르데스크

  

“새벽 7시에 출근해서 밤 10시에 퇴근해요. 주말에 일하는 것 역시 이젠 놀랍지도 않네요. 미래를 위해 20대 청춘을 바쳐 버티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최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고연봉’을 두고 고심하는 20~30대 청년 직장인이 늘고 있다. 워라밸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워라밸을 추구하면 처우나 급여 등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어서다.

 

고연봉 직종으로 불리는 여의도 증권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김한석(32·남·가명)씨는 “증권가를 떠나는 신입들에게 퇴사 이유를 물어보면 항상 이야기 나오는 것이 업무강도와 잦은 야근이다”며 “하지만 애초에 증권사에 입사한 가장 큰 이유가 고연봉일텐데 돈을 추구하면서 휴식도 같이 추구하는 것은 놀부 심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증권사 업무는 타 직무에 비해 성과가 매일매일 즉각적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며 “다만 이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성과 지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타 직업보다 더 큰 성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말 출근·잦은 야근 일상 증권사, 워라밸 대신 억대 연봉

 

지난해 기준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KB·삼성)의 직원 평균 연봉은 모두 1억원을 훌쩍 넘었다. NH투자증권으로 평균 연봉이 1억7500만원에 달했다.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1억6000만원) ▲KB투자증권(1억5200만원) ▲미래에셋증권(1억4100만원) ▲삼성증권(1억3200만원) 순이다.

 

▲ 평균 연봉이 억대를 넘는 증권사의 업무량을 수행하기 위해 야근과 주말 출근은 일상이다. 사진은 불 켜진 여의도 증권가의 밤. ⓒ르데스크

 

고연봉을 받지만 그만큼 업무 강도는 높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김정한(38·남·가명)씨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리서치 연구원들에게 적용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은 가정을 꾸린 경우도 많고, 회사에서의 성공이 인생의 우선순위기 때문에 그동안 수차례의 힘든 상황들을 버텨왔지만 요즘 신입사원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나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보조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퇴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고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버텨야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 지점에서 생각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연봉 대신 워라밸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증권가에 입성한 이들 중 1~2년차 미만인 청년 직원의 이탈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유안타증권 RA 이현수(30·남·가명)씨는 “증권사를 다닌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높은 업무 강도로 더는 버티기 힘들 거 같아 금융공기업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순환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워라밸 만족도에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지급하는 금융공기업에 대한 수요가 정말 높다”고 말했다.

 

KB증권 리서치팀 이규성(28·남·가명)씨는 “업무가 과도하게 많은 것도 문제지만, 업무 외에도 술자리가 너무 잦아 퇴근을 해도 집에 못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평일에는 밤늦게 야근하고, 주말에 회식까지 하게 되면 개인시간을 도저히 확보할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MZ증권맨 책임 부담 회피 기조…“책임과 연봉은 정비례”

 

▲ 국내 5대 증권사 평균 연봉은 모두 1억원 이상이다. 연봉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1억7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NH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NH투자증권]

 

업계에 오랜 시간 몸담은 직장인들과 전문가들은 워라밸과 고연봉은 양립할 수 없고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사회에서의 보상은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고 성과를 내느냐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에서 1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신입들을 보면 전반적으로 업무의 책임에 대한 부담감을 과도하게 느낀다”며 “회사는 책임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연봉이 높아지는데 책임은 최소화하면서 연봉은 많이 받고 싶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팀장이나 임원 자리에 올라 책임을 떠안기보다는,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적당한 속도로 승진하고 평온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하길 원하는 기조가 강하다”며 “정답은 없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억대연봉을 바라는 것은 조금 욕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증권사 내 MZ세대의 자발적 퇴사가 늘고 있는데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다수는 타 업종에 비해 유연하지 못한 사내 분위기와 워라밸 미흡 등으로 풀이된다”며 “또한 업무량에 비해 급여가 적다는 인식 퍼지면서 애널리스트를 보조하는 RA만 경험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만약 높은 수준의 돈을 벌고자 증권가에 들어왔다면 애널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견뎌 내야한다”며 “일반적으로 RA가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2~3년이 걸리는데 이 시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고연봉만을 원하는 것은 욕심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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