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내부통제 부실 도마…대출관리·횡령 구멍 숭숭
농협은행, 내부통제 부실 도마…대출관리·횡령 구멍 숭숭
▲ 농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사진=농협은행]

 

농협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또 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BNK경남은행을 필두로 대규모 횡령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은행권의 도덕불감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농협은행에선 시재금·고객 예금 횡령 등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사고 있다.

 

여기에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건선성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모집법인과 대출상담사에 대한 관리·감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내부통제 시스템뿐 아니라 소비자보호에 대한 우려도 새어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달 25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출모집법인 및 대출상담사에 대한 내부통제 실태 및 점검기준 미흡 등의 이유로 경영유의사항 3건, 개선사항 2건의 조치를 받았다.

 

먼저 농협은행의 대출모집법인에 대한 상시 관리·감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과 대출모집법인이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은행은 대출모집법인 및 소속 대출상담사(대출모집법인)에 대한 모니터링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농협은행은 은행 내규와 업무매뉴얼에 대출모집법인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방법 및 주기 등 구체적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시 모니터링 실효성이 저하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대출모집법인을 통해 여신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소비자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구조다.

 

대출모집인이 소비자를 상대로 사용할 금융상품 광고에 대해서도 농협은행은 구체적인 점검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모집인은 금융상품 광고를 하기 전에 은행의 확인절차를 거쳐 사전허가를 받고, 은행 준법감시인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금융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농협은행 내규엔 광고와 관련한 점검사항이 없어 심의부서가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줘야 할 고지사항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 사실상 대출모집법인을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한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를 당했는지 여부조차 파악하기 힘든 셈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금융상품 광고 시 고지사항이 제대로 포함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점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출모집법인 내부통제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점검 기준도 실효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은 개인고객부를 통해 대출모집법인의 내부통제 실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그 결과에 대해 금소법 위반 소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농협은행의 업무 매뉴얼에는 금소법과 하위 규정만 그대로 갖다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점검 기준과 절차 등이 빠져 있어 실효성있는 점검이 이뤄지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금소법 내부통제 업무매뉴얼에 구체적인 점검 기준을 포함시켜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대출모집인이 고객의 대출 관련 서류를 제대로 반환하거나 파기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내부통제 기준이 갖춰지지 않았다. 은행은 고객이 대출 관련 서류를 제출한 이후 대출이 취소·거절되면 대출 관련 서류를 반환하거나 파기하고 있다. 그런데 농협은행은 대출모집인이 관련 서류를 누락없이 반환하거나 파기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소비자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농협은행 올해 상반기만 횡령사고 2건 적발…횡령금 28.9% 미회수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농협은행 직원의 크고 작은 횡령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횡령사고가 2건이 적발됐고 최근 7년간 횡령금액만 31억원에 달했다. 전체 횡령금의 28.9%는 회수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농협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막지 못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성곤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에서 최근 7년간 17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유형으로는 각종 시재금 횡령이 58.8%(10건)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객 예금 횡령 또한 11.8%(2건)나 발생해 은행의 신뢰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부터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는 2019년과 2022년을 제외하면 매년 발생했다. 모출납 시재금부터 거래자금, 고객 예금, 대출금, 외국통화 시재금 등에 이르기까지 횡령 대상도 다양했다. 사고금액은 2017년 1900만원, 2018년 1억4100만원, 2020년 1억5800만원, 2021년 25억6500만원, 2022년 2억원 등이다.

 

개별 횡령사고의 금액만 놓고보면 몇백에서 몇천만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크고 작은 횡령사고가 누적될 경우 큰 횡령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2021년에는 4급 직원이 가족 명의를 이용해 25억4500만원의 대출금을 횡령하다 적발돼 징계해직 처분을 받기도 했다.

 

위성곤 의원은 “크고 작은 횡령사고가 누적된다는 건 언제든 큰 횡령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과 다름없다”며 “은행의 핵심가치인 정직과 신뢰 회복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및 임직원 윤리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어느 직종보다 직업윤리가 투철해야 하는데 횡령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는 건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말과 같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비위를 저지른 직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횡령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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